부다가야 여행기(2)
김 미 옥
여인과 일행들은 리더의 말을 경청했고 리더의 말이 끝나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옆에 둘러서 있던 한 남자가 자기도 질문을 해도 좋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리더는 "너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이냐?"고 했다.
그 남자는 "제 처가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리더가 대답했다.
"네 처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는 네가 나를 네 처 앞으로 데려다 주면 내가 네 처를 보고 나서 즉시 말해 주겠다."
그러자 질문했던 남자가 비웃듯이 말했다.
"그런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리더는 그 남자의 말에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왜 그 일을 나에게 물어 보았느냐?"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다른 남자들이 이렇게 말을 했다.
"부다가야에 있는 '오토상(일본말로 아버지)'은 무엇이든지 안다. 그는 강가에 앉아서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일을 알고 또 우리 집의 식구들이 무슨 옷을 입고 있느냐고 물으면 그것을 알고 말해 준다."
그 말을 들은 리더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나를 그 사람 앞으로 데리고 가줄 수 있겠느냐? 만일 그 자가 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젊은이들이 리더의 말에 흥미를 보였고, 그래서 우리 일행은 그곳 사람들과 함께 부다가야의 강가에 있다는 어떤 사람을 찾아가게 되었다.
우리 일행이 강가에 다다르자,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가던 젊은이들이 먼저 강가에 사는 한 기인에게 가서 우리 일행의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에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여러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뒤따라오고 있었다. 부다가야 사람들이 '오토상'이라고 부르던 그 사람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동안 우리 일행을 강가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젊은이들이 우리 일행을 그 기인 앞으로 데리고 갔다.
'오토상'이라는 남자를 만나자 리더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를 괴롭힐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이 사람들이 나를 너에게 데리고 왔을 뿐이다. 너는 나를 알아볼 수 있겠느냐?"
그러자 강가에서 사람들의 미래를 점쳐주고 사람들이 묻는 말에 신통하게 대답했다던 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매우 큰 힘을 가진 분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리더는 껄껄 웃고 나서 말했다.
"나처럼 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러나 네가 깨달음을 얻는다면 너도 나처럼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갔던 청년들은 너무 싱겁게 대화가 끝나자 모두들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리더는 자신 앞에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있던 그 기인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은 채 일어섰다.
하루 동안 우리 일행이 보여준 행적들은 소도시 부다가야 사람들 속에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다.
그날 밤이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 건물 내의 잔디밭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낮에 우리를 따라다니던 소년들이 찾아와서 한 여인이 리더를 만나고자 한다고 했다.
리더는 그 여인을 데리고 오게 했다. 우리의 숙소로 리더를 찾아온 여인은 이렇게 말을 했다.
"제 남편은 2년 전에 죽었습니다. 제 남편은 죽기 전에 아무런 병이 없었고, 죽은 그 날도 밖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와서 아무 이유도 없이 죽었습니다. 제 남편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까?"
리더가 대답했다.
"네 집에는 죽은 자가 있다. 그 죽은 자가 네 남편의 어깨 밑을 눌렀고 그곳이 억눌리자 머리로 올라가던 혈관이 눌리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혈액이 정상적으로 머리로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뇌가 활동을 중지하게 되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자 네 남편은 식물인간처럼 아무런 의식도 표출하지 못하고 다만 한쪽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네 남편이 죽었을 때 병원에서는 심장마비로 진단이 났을 것이다. 맞는가, 틀리는가?"
그 여인은 맞다고 대답했고 다시 물었다.
"제 집이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렇습니까?"
리더는 대답했다.
"네 집에 죽은 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 죽은 자가 사람들을 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제야 그 여인은 자신이 갖고 있던 의문들이 풀렸는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한 젊은이가 찾아와서 자기 동네에는 거지들이 많이 사는데, 그들을 위해서 한 번만 말씀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더는 그 일을 쾌히 승낙했고 우리 일행은 그 동네로 갔다.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었고, 또 리더의 말을 내가 영어로 통역했지만 실제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리더는 그들을 위해서 세상의 일을 존재하게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제대로 리더의 말을 알아듣고 있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반 시간이 넘도록 열심히 세상의 일을 설명하고 있던 리더 앞에 한 거지 청년이 어떤 노트를 불쑥 내밀었다. 그것은 특별한 방문자들이 찾아와서 기부금품을 낸 것을 기록해 둔 노트였다. 리더는 잠시 그 노트를 보고 나서 그들에게 다시 말했다.
"거지 생활은 너희 생애에서 끝내야 한다. 만일 너희가 이런 일을 계속한다면 너희의 자식들도 이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또 그 자식의 자식도 거지가 될 것이다. 너희는 너희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니 너희가 일을 배우고,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어린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일을 가르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너희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리더는 그 말을 하면서 유난히 얼굴이 상기되었고,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갔던 소년들도 리더의 말을 들으면서 옳다고 동의를 했다.
우리가 부다가야에 머무른지 일주일쯤 된 날이었다. 그 날 우리는 부탄템플에 있었다. 그곳으로 마을의 소년들이 여러 명 찾아와서 리더를 찾았다. 내가 무슨 용건으로 리더를 찾느냐고 물었더니, 소년들은 가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찾아왔는데 그 사람도 깨달았다고 한다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네팔 사람이며 암 전문의인데 많은 제자들을 가야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소년들은 그 사람이 '구루(큰스승)'가 부다가야에 왔다는 소문을 듣고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부다가야에 와서 마을의 한 집에 머물고 있는데 리더가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소년들의 이야기를 리더에게 전했고, 리더는 웃으면서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가야에서 온 사람이 머물고 있는 소년의 집으로 갔다.
리더는 그 네팔인 남자를 만나자 먼저 이렇게 물었다.
"너는 나의 이마에 있는 제3의 눈이 보이느냐?" 그러면서 리더는 그가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도록 했다.
그러자 네팔인 남자는 "그것은 제3의 눈이 아니다" 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리더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부터 네게 열 가지의 질문을 할 것이니, 네가 내 질문에 대해서 만일 두 개만 정답을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네가 방금 한 말을 인정하겠다."
그러자 네팔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자 리더는,
"그렇다면 힌두어로 하면 될 것이 아니냐? 이 동네에 힌두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알고 있으니 그에게 통역을 하게 해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네팔인 남자와 함께 가야에서 왔던 일행들이 리더의 말에 동의를 하고, 마을의 소년들도 그것 참 좋은 의견이라고 했다. 네팔인 남자는 주위의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말하자, 어쩔 수 없었는지 일행들과 함께 영어와 힌두어를 할 수 있는 티팡카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리더는 티팡카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티팡카는 리더의 요청을 쾌히 승낙했다.
리더가 먼저 네팔인 남자에게 의향을 물었다.
"내가 먼저 질문을 했으면 좋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네가 먼저 나에게 질문을 하겠느냐?"
네팔인 남자는,
"당신이 먼저 질문을 하시오"하며 리더의 질문에 대답을 하겠다고 했다.
리더가 네팔인 남자에게 물었다.
"진리란 무엇인가?"
네팔인 남자는 리더가 질문을 하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대답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때 리더는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두 손으로 세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딱! 하고 손바닥 사이에서 소리가 났다. 리더가 네팔인 남자에게 물었다.
"방금 소리가 어디서 났느냐?"
네팔인 남자가 "그 소리는 우주에서 나는 소리다"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리더는 껄껄 웃었다. 그리고 "방금 그 소리는 내가 손바닥을 부딪치게 해서 난 소리이다. 너는 있는 일을 너무 비약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네팔인 남자는 성질을 내며 흥분된 어조로 "그렇다면 내가 한 번 당신에게 질문을 해 보겠다"고 했다.
리더는 태연스럽게 "그렇다면 네가 나에게 질문해 보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네팔인 남자는 "빛보다 빠르고 소리보다 빠른 것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리더는 그 말을 듣더니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의식이다. 저 빛은 지구까지 오는데 몇 분이 걸린다. 그렇지만 의식은 한 번 보기만 하면 즉시 저 태양을 볼 수가 있다."
옆에 있는 티팡카가 통역을 하면서 네팔인 남자에게 물었다.
"맞는가, 틀리는가?"
상대는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에게 "나는 당신에게 너무 쉬운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리더는 그 말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을 했다.
"세상에는 쉽고 어려운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일은 있는 일 속에 모든 문제와 해답이 존재한다. 나는 있는 일을 보고, 있는 일을 네게 대답했을 뿐이다."
리더의 말을 듣던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주위의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을 보고 리더가 네팔인 남자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어쩌면 너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는 좋은 친구로서 사귀자"고 하면서 네팔인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네팔인 남자도 그 말에 동의를 하면서 리더의 손을 잡고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띄웠다. 그러자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곧 우리 일행은 그 집을 나왔고, 다음날 부다가야를 떠나기로 했다. 우리의 다음 방문 목적지는 사라나드라는 지명의 도시였다.
'삶은 소중하다.
이 삶이 중요한 것은,
끝없는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자신을 있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