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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글

사람을 찾아 세상을 헤매던 깨달은 자가 한 마을에 이르렀을 때, 깨달음을 얻겠다고 고행을 하고 있던 한 사람을 만났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깨달음을 성취한 자이다. 진리를 구하는 자를 찾고 있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깨달은 자는 가만히 있다."

"깨달은 자가 입을 닫고 있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깨달은 자의 지혜를 얻을 것인가. 그것은 죄악이다."

"당신이 정말 깨달았는지, 안 깨달았는지 시험을 한 번 해보겠다."

"좋다. 얼마든지 시험을 해보아라."

"무궁화나무를 왜 무궁화나무라고 부르는지 말해보라."

"내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당신에게 한 가지 확인해 보겠다. 당신은 사람들이 소나무를 왜 '소나무'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깨달은 자의 말에 고행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소나무'라고 이름을 지어 놓았으니까 '소나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행자의 말을 듣고 깨달은 자가 말했다.

"나의 대답도 너와 같다. 사람들이 '무궁화나무'라고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그 나무를 보면 '무궁화나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고행자는 매우 흥분하여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한 수 가르쳐 주었다."

깨달은 자가 고행자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다른 일반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에게 매우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이다."

고    뇌

글 . 그림   이 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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