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지록위마 指鹿爲馬
指: 가리킬 지, 鹿: 사슴 록, 爲: 위할 위, 馬: 말 마
사슴을 가리켜서 말이라 한다.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름을 비유함.
위압적으로 남에게 잘못을 밀어붙여 억지로 속이려 함을 비유함.
진(秦)나라 시(始)황제가 죽자 측근이었던 환관 조고(趙高)는 거짓 조서(詔書)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왕자 호해(胡亥)를 황제로 내세웠다. 현명한 부소보다 어리석은 호해가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호해가 '천하의 모든 쾌락을 마음껏 즐기며 살고 싶다.'고 하자 조고는 '백성에게 법을 엄하게 하여 형벌을 가혹하게 하고, 폐하를 따르고자 하는 자를 등용하면 뜻대로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조고는 호해를 교묘히 조종하여 경쟁관계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하여 구신(舊臣)들을 차례로 죽이고 자신이 승상이 되었다.
조정의 실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난 조고는 역심(逆心)이 발동했다. 그래서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어느날 호해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소서."
"승상은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
호해는 웃으며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그렇다'고 긍정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이때 부정했던 사람들을 나중에 엉뚱한 죄를 덮어씌워 모두 죽였다. 그러자 조정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천하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국 각처에서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중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수도 함양(咸陽)을 향해 진격해 오자 조고는 호해황제를 죽이고 다시 부소의 아들 자영을 황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에는 조고 자신이 자영황제에게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史記-泰始皇本紀> 중에서